개발자 커뮤니티가 죽은 이유 - 시대가 바뀐 건지 우리가 바뀐 건지

개발자 커뮤니티가 죽은 이유

예전엔 달랐다

요즘 개발자 커뮤니티들이 예전 같지 않다.

한때는 게시판에 글 하나 올리면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고,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초보 개발자가 질문하면 고수들이 친절하게 답변해주고, 서로 코드 공유하고, 스킨 만들어서 올리고. 그런 문화가 있었다.

근데 지금은? 글을 올려도 반응이 없다. 댓글이 달려도 하나 둘이 전부다. 커뮤니티 자체는 살아있는데 활기가 사라졌다.

왜 이렇게 됐을까

몇 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다.

Stack Overflow의 등장. 기술적인 질문은 이제 다 Stack Overflow에서 해결된다. 한국어로 질문하고 답변 받던 문화가 영어권 글로벌 플랫폼으로 넘어갔다. 검색하면 답이 나오는데 굳이 게시판에 물어볼 이유가 없다.

GitHub의 영향. 코드 공유도 이제 GitHub에서 한다. 예전엔 게시판에 소스 첨부해서 올렸는데, 이제는 리포지토리 링크 하나면 끝이다.

카카오톡, 슬랙, 디스코드. 실시간 대화가 되는 채널로 옮겨갔다. 게시판에 글 쓰고 댓글 기다리는 것보다 채팅방에서 바로 물어보는 게 빠르니까.

유튜브, 블로그. 정보 공유도 게시판이 아니라 개인 채널에서 한다. 양질의 콘텐츠는 게시판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나 유튜브에 올라간다.

아쉬운 점

근데 이게 다 좋은 건 아니다.

Stack Overflow는 영어가 기본이라 한국어 기반의 맥락이 있는 질문에는 약하다. 한국 환경 특유의 문제(국내 호스팅, 결제 시스템, 공인인증서 같은)는 한국 커뮤니티에서만 답을 구할 수 있었는데 그런 커뮤니티가 사라지고 있다.

채팅은 빠르지만 기록이 안 남는다. 예전 게시판은 검색하면 2005년 글도 나왔다. 그때 누군가가 겪은 문제와 해결법이 아카이브로 남아 있었다. 채팅방 대화는 흘러가면 사라진다.

그리고 게시판 특유의 느긋한 소통이 좋았다. 글 올리고 다음 날 댓글 확인하고, 거기에 또 답글 달고. 그 과정에서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는데 채팅방에선 그게 어렵다.

형태가 바뀐 거다

결국 커뮤니티가 죽은 게 아니라 형태가 바뀐 거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하나의 게시판에 모여서 모든 걸 했다면, 지금은 목적에 따라 플랫폼이 분산된 거다. 질문은 Stack Overflow, 코드는 GitHub, 대화는 슬랙, 콘텐츠는 블로그/유튜브.

효율적이긴 한데 “한 곳에 모여서 수다 떠는” 느낌은 없어졌다. 기술 커뮤니티가 도구가 된 거다. 예전엔 동네 사랑방 같았는데 지금은 업무 도구 같다고 해야 하나.

시대가 바뀐 건데 옛날이 그립다고 하면 꼰대 소리 들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 활발한 게시판이 그립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