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유목민, 드디어 정착하다
블로그 유목민, 드디어 정착하다
유목 생활의 역사
블로그 하나 운영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거쳐 온 블로그 플랫폼이 한둘이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 → 처음 시작한 곳. 접근성은 좋았는데 코드 블록 지원이 형편없었다. 개발 글 쓰려면 코드가 필수인데 이쁘게 들어가질 않으니까 스트레스받아서 떠남.
티스토리 → 스킨 커스터마이징이 자유로워서 이동. 마크다운도 지원하고 나름 괜찮았다. 근데 카카오가 인수하고 나서 뭔가 불안해졌다. 정책이 수시로 바뀌고, 내 콘텐츠인데 플랫폼 의존적이라는 게 꺼림칙했다.
워드프레스 → 직접 호스팅하면 완전한 소유권이 있으니까 이동. 플러그인 생태계가 대단하긴 한데, 업데이트 관리가 귀찮다. 플러그인 충돌 나면 사이트가 뻗고, 보안 패치 안 하면 해킹당하고. 블로그 쓰려고 왔는데 서버 관리를 하고 있다.
GitHub Pages → Jekyll 기반 정적 사이트. 마크다운으로 쓰고 git push하면 끝. 서버 관리 필요 없고, 무료이고, 완전한 소유권. 근데 초기 세팅이 좀 귀찮고, 비개발자한테는 진입 장벽이 높다.
왜 이렇게 옮겨 다녔나
매번 옮길 때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근데 솔직히 돌이켜보면 핑계에 가까웠다.
진짜 이유는 하나다. 글을 안 쓰니까 플랫폼 탓을 하는 거다.
“여기는 코드 블록이 안 이뻐서”, “여기는 로딩이 느려서”, “여기는 SEO가 안 좋아서”… 블로그 플랫폼 옮기는 건 글 안 쓰는 자신에 대한 면죄부 같은 거다. 이사하면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근데 이사만 하고 글은 또 안 쓴다.
다이어트하려고 운동복 사는 거랑 같은 거다.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에 정착한 곳은 GitHub Pages + Jekyll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 마크다운으로 글을 쓴다 → 개발자한테 가장 자연스러운 포맷
- git으로 관리한다 → 버전 관리가 된다
- 서버 비용이 없다 → 무료
- 커스텀 도메인 지원 → 전문적으로 보인다
-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다 → 마크다운 파일은 어디로든 옮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글 쓰는 과정이 개발 워크플로우랑 같다”는 거다. 에디터에서 마크다운 쓰고, git commit하고, push. 코드 커밋하듯이 블로그를 쓸 수 있으니까 자연스럽다.
플랫폼이 아니라 습관의 문제
결국 블로그가 안 되는 건 플랫폼 문제가 아니라 습관의 문제였다.
어떤 플랫폼을 쓰든 꾸준히 글을 쓰는 게 핵심이다.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지 말고, 짧더라도 자주 쓰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한번 정한 곳에서 계속 쓰는 게 중요하다. 이사는 이제 그만.
이번 정착지에서는 진짜로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물론 이 다짐도 매번 했었지만… 이번에는 진짜다. 아마도. 아마.